건설현장 안전의식은 변화하고 있을까요?(feat. 63빌딩 건설현장)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인터넷 서핑 중 재미있는 짤을 발견했습니다.
보통은 이 짤을 보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그런 내용이지만, 안전관리자인 저는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80년대 63빌딩 건설현장을 캡처한 짤이었습니다.
저렇게 높은 곳에서 안전모를 안 쓰고, 심지어 안전벨트도 없이 구조물에 매달려 작업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안전화도 아닌 일반 운동화를 신고 작업 중이네요.
요즘은 고소작업 시 각종 보호장구 착용을 해야 하고, 대형 건설사는 스마트 안전장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80년대의 노가다 낭만(?)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듭니다.
물론 찾아보기 힘든 것이지, 보호구를 착용을 거부하거나 틈만 나면 벗어버리는 작업자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안전관리자인 저와 그런 작업자들 간 실랑이가 매일 벌어집니다.
이런 실랑이를 겪게 되면 늘 의문이 듭니다.
작업자들의 안전의식은
변화하고 있을까?
모든 안전수칙은 피로 쓰여진다.
안전관리를 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은 한번 즈음 들어본 말이 있습니다.
바로 "모든 안전수칙은 피로 쓰여진다."라는 말입니다.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내 많은 분들이 안전 관련 사고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면서 이와 관련된 법령들이 점점 강화되어 왔습니다.
또한 안전 관련 장구나 설비, 최근에는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안전에 대한 기술적 발전과 개선도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개선과 발전은 현재까지도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로 사망하는 분들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 법령, 장비 등이 발전하고 있는데, 왜 안전사고는 '제로(zero)'가 되지 않을까요?
안전에 대한 작업자 의식
개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안전에 대한 작업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안전관리자가 보호구 착용을 지적하면 불편하고 걸리적거려서 못하겠다는 핑계가 먼저 나옵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저기 높은 곳에서 못주머니만 차고 일했다면서 연대기를 푸는데 듣다 보면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관리가 소홀한 음영지역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은 지금도 보호구를 벗고 일합니다.
내국인, 외국인을 떠나서 관리자가 없으면 안전을 소홀히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장 점검을 돌면서 보호구 착용을 지적하고 안전작업을 위한 조치를 하느라 하루를 보내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지적하고 조치하고 돌아서면 안전모를 벗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의식이 있는 작업자라면 멀리서 제가 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보호구를 착용하기라도 합니다.
반복 지적이 쌓이면 재발방지 교육을 하는데, 교육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일정기간 출력금지를 시킵니다.
출력금지를 당하면 당장 수입이 끊기니 그나마 눈치 보면서 보호구를 착용하긴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작업자 분들은 보호구 착용, 특히 안전모는 잘 착용합니다.
80년대 63빌딩 건설현장과 비교해서 진일보한 안전의식 개선이 이루어지긴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안전에 대한 의식 개선은 필요합니다.
마무리
건설현장 안전관리자로 일하다 보면 현타의 순간을 많이 겪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내 뜻을 알아주고 따라오지 않을 것을 알지만, 막상 눈으로 기상천외한 자세로 작업하는 것을 보면 답답합니다.
그래도 한 공정, 한 공정 무사히 작업을 마치고 사고 없이 현장을 철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현장 밖에서 안전사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업체나 관리자들을 힐난합니다.
그러나 현장 안에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안전의식이 개선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합니다.
돈과 공정표 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의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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