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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 변한다(feat. 삼성물산을 퇴사하며)

건강한 조차장 202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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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즈음, 마이싱글(My Single, 삼성그룹 사내 포털로 지금은 Knox Potal로 변경)로 입사동기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동기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옆 부서 신입사원이 물산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이라며 단체메일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메일의 내용은 신입사원이 퇴사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문제점을 퇴사의 변으로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원문은 장문이라서 포스팅 하단에 배치하였습니다.)

 

얼마 후 그룹 전체로 해당 게시물이 공유가 되면서 많은 임직원들 간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대체적으로 저 연차 사원들은 게시물의 글에 공감하는 의견이 많았고, 간부급(과장~부장) 사원은 부정적인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메일을 받은 당시 저도 막 신입사원의 티를 벗어나는 중 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상당 부분 공감을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공유된 게시물을 메일 보관함에 저장을 해놓고, 생각날 때 한 번씩 읽어보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읽어보니
신입일 때 느꼈던 감정과 다른 시선으로
그 게시물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이 변해 갑니다.

 

신입사원 경험 년차 시간 위치 퇴사 시선 변화
출처 Pixabay

 

 

같은 내용의 글을 읽었음에도 신입사원일 때, 대리일 때, 과장일 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내용이 달려졌습니다.

 

신입사원 시절, 열정만 가득하지만 회사의 시스템을 잘 몰라서 실수만 연발하던 시기였습니다.

게다가 지켜야 할 것이 별로 없이 직장생활의 순수함으로 가득 찬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외부인으로 바라볼 때 좋았던 이미지와 조직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실제 사이의 괴리가 실망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괴리감에 의한 실망과 감정이 바탕이 되어 퇴사의 변에 깊은 공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대리가 되어 다시 그 게시물을 읽어보았을 때, 처음과 다른 느낌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내가 맡은 업무와 권한이 신입사원일 때와 달라졌습니다.

내가 지켜내야 할 것들이 조금씩 커지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왜 이렇게 조직에 타협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었습니다.

 

과장이 되어 다시 그 게시물을 정독했을 때, 이제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게시물을 작성한 신입사원이 좀 더 일을 해보고 변화되는 조직의 모습을 느껴봤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조직도 조금씩 변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사제도가 변경이 되고, 사람이 바뀌고, 근무환경이 변화되었습니다.

 

퇴사의 변에 언급되었던 제도와 조직문화는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캐주얼에서 이제는 반바지를 입어도 되고, 정해진 출퇴근과 야근에서 이제는 자율출퇴근제를 하며, 술에 취하는 회식에서 건전한 회식으로 변했습니다.

 

 

마무리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이 변합니다.

다만 각각 변화의 속도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지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것도, 나와 같이 일하는 상사와 동료도 바뀌고 변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이 힘들고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신입사원이라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사안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배우면서 나 자신부터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분명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이 변합니다.

   

 

(2007년 삼성물산 신입사원의 사직서)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
저에게는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재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전부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정말 최선을 다해서 바쁘게 일을 하고일과후에 자기 계발하면 될텐데,왜 야근을 생각해놓고 천천히 일을 하는지,실력이 먼저인지 인간관계가 먼저인지이런 질문조차 이 회사에서는 왜 의미가 없어지는지..

상사라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도대체,문화는 유연하고 개방적이고창의와 혁신이 넘치고 수평적이어야 하며,제도는 실력과 실적만을 평가하는냉정한 평가 보상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사람들은 뒤쳐질까 나태해질까 두려워 미친 듯이 일을 하고,공부를 하고,

술은 무슨 술인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더라도,도대체 이렇게 해도5년 뒤에 내 자리가 어떻게 될지10년 뒤에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고민에,걱정에 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도대체 이 회사는 무얼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지어떻게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유지가 되고 있는지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회사를 통해서 겨우 이해하게 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니부어의 집단 윤리 수준은개인 윤리의 합보다 낮다는 명제도 이해하게 되었고,막스 베버의 관료제 이론이 얼마나 위대한 이론인지도 깨닫게 되었고,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코웃음 치던조직의 목표와 조직원의 목표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대리인 이론을정말 뼈저리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게 된 이야기는, 냄비속 개구리의 비유입니다.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개구리는 적응하고, 변화한답시고, 체온을 서서히 올리며 유영하다가어느 순간 삶아져서 배를 뒤집고 죽어버리게 됩니다.

냄비를 뛰쳐나가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그때 그때의 상황을 때우고 넘어가는 변화를 일삼으면서스스로에게는 자신이 대단한 변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위안을 삼는다면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문화를 이루고,문화가 사람을 지배합니다.하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모두가 알고 있으니변혁의 움직임이 있으려니,어디에선가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으려니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문화 웨이브라는 문화 혁신 운동을 펼친다면서,청바지 운동화 금지인 ´노타이 데이´를 ´캐쥬얼 데이´로 포장하고,인사팀 자신이 정한 인사 규정상의 업무 시간이 뻔히 있을진데,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원과의 협의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업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대하여 특정 활동을 강요하는 그런,신문화 데이같은 활동에 저는 좌절합니다.

변혁의 가장 위험한 적은 변화입니다.100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30의 변화만 하고 넘어가면서마치 100을 다하는 척 하는 것은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우리 회사 미래의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더욱 좌절하게 된 것은정말 큰일이 나겠구나, 인사팀이 큰일을 저질렀구나이거 사람들에게서 무슨 이야기가나와도 나오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에,
다들 이번 주에 어디가야할까 고민하고,아무런 반발도 고민도 없이 그저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하시는데..월급쟁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놓고어떻게 월급쟁이가 아니기를 기대한단 말입니까.

개념없이 천둥벌거숭이로열정 하나만 믿고 회사에 들어온 사회 초년병도1년만에 월급쟁이가 되어갑니다.상사인이 되고 싶어 들어왔는데회사원이 되어갑니다.

저는 음식점에 가면 인테리어나 메뉴보다는종업원들의 분위기를 먼저 봅니다.종업원들의 열정이 결국퍼포먼스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분당 서현역에 있는 베스킨라빈스에 가면얼음판에 꾹꾹 눌러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주문할때부터 죽을 상입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힘들다는건 알겠습니다. 그냥 봐도 힘들어 보입니다.내가 돈내고 사는것인데도오히려 손님에게 이런건 왜 시켰냐는 눈치입니다.정말 오래걸려서 아이스크림을 받아도,미안한 기분도 없고 먹고싶은 기분도 아닙니다.

일본에 여행갔을때에 베스킨라빈스는 아닌 다른 아이스크림 체인에서똑같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았습니다.꾹꾹 누르다가 힘들 타이밍이 되면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그러면 모든 종업원이 따라서,아이스크림을 미는 손도구로 얼음판을 치면서율동을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린 손님들은 앞에 나와서 신이나 따라하기도 합니다.왠지 즐겁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습니다.같은 사람입니다.같은 아이템입니다.같은 조직이고, 같은 상황이고, 같은 시장입니다.이런 생각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옵니다.하루하루 적응하고 변해가고,그냥 그렇게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제가 두렵습니다.

회사가 아직 변화를 위한 준비가 덜 된것은 사실입니다.하지만 그 준비를 기다리기에 시장은 너무나 냉정하지 않습니까.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하지만 내일에 반복되어져서는 안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조직이기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하지만 그말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조직이 가진 모든 문제들을 고쳐보고자 최선의 최선을 다 한 이후에정말 어쩔 수 없을때에야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까.

많은 분들이 저의 이러한 생각을 들으시면회사내 다른 조직으로 옮겨서 일을 해보라고 하십니다.하지만 저는 어느 조직을 가던 매월 셋째주 금요일에제가 명확하게,저를 위해서나 회사에 대해서나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활동에웃으면서 동참할 생각도 없고그때그때 핑계대며 빠져나갈 요령도 없습니다.

남아서 네가 한 번 바꾸어 보라고 하십니다.하지만 저는 이 회사에 남아서하루라도 더 저 자신을 지켜나갈 자신이 없습니다.또한 지금 이 회사는 신입사원 한명보다조그마한 충격이라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제 동기들은 제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우수한 인적 집단입니다.제가 이런다고 달라질것 하나 있겠냐만은제발 저를 붙잡고 도와주시겠다는 마음들을 모으셔서제발저의 동기들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사랑해서 들어온 회사입니다.

지금부터 10년, 20년이 지난후에저의 동기들이 저에게너 그때 왜 나갔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잘 되었을텐데.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오늘의 행복이라고 믿기에,현재는 중요한 시간이 아니라,유일한 순간이라고 믿기에이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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